2025. 3. 27. 11:52ㆍ의료윤리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의료보험의 도입 이후 급격한 의료수요가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보건의료 시설 역시 대폭의 증가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공공보건조직보다 병 · 의원의 증가가 압도적으로 높아 의원급의 경우에는 2.5배,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3.9배의 증가를 보였으며 특히 이러한 증가는 1980년대 후반 들어 뚜렷하였다.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의원들은 1990년에 비해 3배가 증가했지만, 치과의원은 9배가 증가하였다. 한방의원 역시 꾸준히 증가하여 2.95배 증가하였다.
병상 규모의 증가는 병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러나 인구당 병상 수를 주요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199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374병상인데 반해 일본은 1,316병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의료시설이 양적으로 미비함을 알 수 있다.
의료기관의 지역 간 분포를 보면 1996년 현재 전체 의료기관의 91%가 시(市)에 있다. 의료기관 종류별로는 종합병원이 93%에서 97%로 시 지역의 분포가 증가하고, 한 방병원, 치과의원, 한의원들 역시 시에서 증가세를 보여 종별 병상 수 역시 시의 분포구성비가 높아졌다.
의료기관 종별로 입원 · 외래진료 기능 기여 정도를 살펴보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들은 전체 환자 중 1/3이 입원이고 2/3가 외래환자로 구성되는 반면, 의원급에서 진료하는 환자들의 96.5% 가 외래환자로서 주로 외래진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수병원은 성격상 입원환자 중심의 진료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치과의원, 한의원, 그리고 공공보건조직 역시 외래진료 기능 중심으로 되어 있다.
의료기관의 대표적인 관리운영 지표로서 병상이용률을 살펴보면 1996년 현재 전체 의료 기관의 병상이용률은 69.6%로 196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대도시의 대학부속 병원은 극심한 병상 부족난을 겪고 있지만, 지역의 중소병원과 농어촌지역 의원들은 낮은 병상이용률을 보이는 등 지역에 따라 시설의 효율 정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현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보험을 토대로 양적 팽창이 민간 자본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민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국가정책 수립과 집행의 제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형 병원의 증가와 의료기관 규모의 대형화가 가속됨에 때라 의료기관 간에 경쟁이 심화하고 경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종 시설의 고급화와 고가장비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의료비 증가가 우려되나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수단이 미비한 실정이다.
둘째, 치료기관 수의 절대적인 증가와 취약지에 대한 공공보건조직의 확충으로 접근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시설과 인력에 대한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는 환자의료체계의 구실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 진료권별 의료공급체제 구축의 장기적 구상하에서 보건의료 시설이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보건의료 시설 간 명확한 역할설정과 기능이 분담되어 있지 못하다. 현행 의료법에는 역할에 대한 일부 규정을 하고 있으나 미비한 실정이며, 무엇보다 의료기관 종별로 투입자원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원급에서도 고가장비를 소유하여 전문적인 진료를 수행하는가 하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도 1차적인 진료를 수행함으로써 투자의 중복과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지금은 과거와는 달라진 의료수요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의료공급체계의 기반을 재구축할 시점이다. 경제와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질병구조의 변화와 만성화, 노인 의료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노인 의료수요를 만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의료시설이 전혀 없는 형편이며, 일반의료기관을 이용함으로써 병상이용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 의료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요양시설 등 노인전문 의료기관의 설립과 만성질환의 치료를 위한 전문화된 병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다섯째, 보건의료 시설의 급속한 양적 성장은 접근도를 향상하게 시키는 데 기여하였으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였다. 양질의 의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고 의료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 시설은 일단 설치되면 변경이 힘들고 의료서비스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확충 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즉, 지금 우리나라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공급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내실을 기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